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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숭동의 보석상자 2013 / 33호
한국판 스티브 잡스 교육은 ‘애플학교’에서
 
최승탁 기자 기사입력  2013/08/20 [07:15]
  8월 말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가 영화 ‘잡스(jobs)’로 나온다. 애플을 설립해 혁신적 IT 제품을 쏟아냈던 스티브의 면모를 다양하게 조명한다. 누군가에게는 반항아, 누군가에게는 개척자였던 그의 롤러코스터 같은 실제 인생을 엿볼 수 있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높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폴 잡스 부부에게 입양된 스티브 잡스는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는 문제아이자 사고뭉치였다. 동네 차고에서 엔지니어와 전자공학도의 형들과 함께 놀면서 일찌감치 자신의 관심분야를 깨달은 그에게 학교는 재미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런 스티브는 초등 4학년에 올라갔을 때 스스로 “내 인생의 성자 중 한 분”이라고 고백한 담임교사였던 이모진 힐을 만난다. 힐은 스티브가 학교 공부를 따분해하지만, 영리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상급과정의 수학문제를 풀게 했다. 힐의 칭찬과 배려는 스티브의 상상력과 창의성 창출에 큰 동기를 유발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의 내면에 잠재해 있던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불에 기름을 부은 듯 배움의 열정을 다시 이끌어 냈다. 훗날 스티브는 “그분이 아니었다면, 나는 틀림없이 소년원이나 들락거리고 말았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실리콘밸리가 있는 로스알토에서 살았던 스티브는 주변 환경 덕에 다른 아이들 보다 컴퓨터를 일찍 접할 수 있었다. 그의 끝없는 호기심은 대담한 상상력이 되어 세계에 우뚝 섰다. 자기 주도적으로 미래를 설계해 나가고 과감히 새로운 세상에 대해 도전하고 싶은 10대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정부는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들이 함께 ‘창조경제를 견인할 창의인재 육성방안’을 내놨다. 창의인재를 키우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창의성 교육을 강화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교육단체에서조차 비판적 입장이다. 현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미시적 대책이라는 것이다. 융합교육을 위한 교과서 개발이 전혀 없고, 이를 가르칠 교사에 대한 연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교사가 알아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라는 식의 정책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서 제시하는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고, 미래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교육 패러다임이 융합과학이며, 융합 인재교육이다. 정부가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 같은 인재를 양성한다는 의도와 계획 자체는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을 간과했다. 사람을 키우는 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르는 것’이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을지언정, 상상력과 창의력은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에게 원초적으로 잠재된 ‘그 무엇’을 꺼내 보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그 잠재되어있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꺼내 보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우리 교육은 그동안 단편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지식만을 주입해 왔다. 그렇게 해선 교육이, 또 세상이 바꿔질 수가 없다.
 
  창조교육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현 교육시스템이다. 창의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교육과정과 대학 입시체제를 확 바꿔야 한다.
 
  교육의 설계도인 교육과정, 교육의 블랙홀이 된 대입제도를 철저히 손보지 않고, 창의인재를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하다. 경쟁에만 매몰된 평가, 입시의 틀을 확 깨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탁월한 재능을 지닌 학생은 그 능력을 잘 발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고, 일반 학생들도 각자 개인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그 방향으로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진정한 수월성(秀越性) 교육의 핵심이다.
 
  어떻게 하면 학생의 두뇌의 사용량을 넓혀 주고 상상과 창의성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학교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교사가 가르쳐준 범위에서 가르쳐준 내용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느냐의 여부만을 평가하는 교육시스템으로는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재를 키울 수 없다.
 
  선생님이 가르쳐준 내용은 물론 개별적 노력을 발휘해서 갖고 있는 개인의 능력과 역량을 평가해야 한다. 평가도 개인과 집단의 질문 내용의 질을 분류해서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를 해야 한다.
 
  경쟁은 자기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키우기 위해 오직 자신과 끊임없이 하는 것이다. 또래의 급우들과는 경쟁의 상대라기보다는 협력과 협동으로 상호 배려하는 동반자라는 인식을 유도할 수 있는 평가방법이 새로 나와야 한다.
 
  이런 ‘새 교육’의 방향과 지표를 실현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의 도입은 필연적이다. 그런 ‘새 교육’의 비전을 담아서 구현할 수 있는 학교를 ‘애플학교(Apple school)’로 명명하고 싶다.
 
  상위 1%만이 아닌 99%의 우리 자녀들이 함께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교육이 실현되도록 기존의 학교를 단계적으로 ‘애플학교’로 만들어가야 한다.
 
대덕특구, 국립현충원, 계룡대,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상대동역사박물관, 종합청사 등 신 맹모삼천지교의 교육현장이 즐비한 대전은, 창의융합교육을 선도하는 1등 으뜸도시가 될 수 있다.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 상상력, 그 상상력에 창의성이 살아 꿈틀대는 대전에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혁신하는 제2의 스티브 잡스를 당연히 키워내야 한다.
 
  이젠, 그 꿈을 ‘애플학교’를 통하여 실현할 비전과 철학적 신념을 갖춘 대전교육의 초인이 나와야 한다.
 
                             2013년 8월 20일 화요일 아침 한숭동 드림

기사입력: 2013/08/20 [07:15]  최종편집: ⓒ isb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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