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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숭동의 보석상자 2013년 / 48호
제목: ‘검은 보석’ 사랑의 연탄을 나누자.
 
최승탁 기자 기사입력  2013/12/07 [08:43]
▲    전 대덕대학교 총장  한숭동
  이른 추위가 한바탕 몰아치고 갔다. 활활 타오르면서 주변을 따뜻하게 해주는 연탄처럼, ‘나 아닌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대전연탄은행 신원규(53) 대표다.
 
  신 대표는 서울에 살다가 지난 2004년 12월 목회활동 때문에 대전으로 이사했다. 대전 동구 대동에서 교회를 운영하며 주민에게 가장 친근하게 접근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주민들에게 의료 진료를 하게 됐다. 70여 명에게 약을 타서 드렸다. 그러다 보니 동네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그 후 주민들에게 봉사할 기회를 찾다가 연탄 은행이라는 곳을 알게 돼 본격적으로 대전연탄은행 인가를 받아 활동하게 됐다.
 
  대전은 1,300여 세대가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연탄을 사용하는 계층이 전혀 줄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다른 도시에 비해 대전이 많은 편에 속한다. 연탄으로 한 해 겨울을 나는 사람들은 방 한 칸을 땔 때 1,000여 장이 필요하다. 이렇게 볼 때 대전지역 연탄 수요는 130만 장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가격으로 치면 5~6억 원이 들어간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지원되는 금액이 많으면 좋겠지만, 차상위계층과 일반저소득층에게 지원할 예산이 매우 부족한 상태다.
 
  대전연탄은행에서는 대전지역에서 연탄을 사용하고 있는 1,300여 가구에 200장씩 전달해주고 있다. 정부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공급하고 있는 연탄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연탄은행은 신목사와 부인, 자원봉사자, 사회복지사들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배달이 문제다. 산비탈에 있는 집은 연탄값보다 배달비가 더 많이 든다. 그래서 천상 자원봉사자들과 직접 배달하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해마다 연탄배달 봉사자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달동네는 연탄 한 장값(500원)을 배달료로 더 준다고 해도 연탄을 공급받기 어려운 지역이다. 연탄 실은 손수레를 끌고 달동네를 오르려면 추운 겨울에도 땀을 뻘뻘 흘리게 된다. 연탄 1장의 무게는 3.6㎏에 불과하다. 하지만 1,000장을 돌리고 나면 손이 떨려 숟가락도 잘 잡지 못할 정도다. 종일 연탄을 배달하고 오면 파김치가 된다.
 
  몸이 추워지면 마음이 더 추워지기 마련이다. 신 목사는 한겨울에 추위에 떨게 될 이웃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탄을 공급하는 비용은 기업·단체·시민들이 봉사를 오면서 가져오는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외상으로 연탄을 먼저 공급받고 후원금으로 갚는다. 그래도 독거노인들한테 “오래 살아서 이런 덕을 본다”는 얘기를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전한다.
 
  연탄은행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연탄을 공급할 가구가 대전 전 지역에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대전지역 각 구마다 연탄은행 분점이 필요하다. 연탄 배분은 연탄은행을 통해 나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주민센터에서 그것만이라도 도와주면 좋을 텐데 몇 개의 동을 제외하고는 신경을 전혀 안 쓴다. 연탄을 배달할 가구를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쌓기까지 전 과정에 관여하다 보니 많이 힘들다고 한다.
 
  대전연탄은행은 시나 구의 지원이 전혀 없다는 게 조금은 부담이 된다. 지자체와 공조를 이뤄서 공유됐으면 좋겠지만, 소통이 안 되는 게 문제다. 후원금을 내주고 얼굴에 검댕이를 묻혀가며 연탄 배달을 해주는 봉사자분들께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사람들은 시커먼 연탄을 천시한다. 그 연탄을 나르는 사람도 하찮게 여긴다. 하지만 자기 몸을 태워 불을 밝히는 촛불처럼 연탄도 자기 몸을 태워 사람들의 몸을 덥힌다. 연탄은 뜨거운 희생이고, 생명을 지키는 불길이다. 우리 사회가 연탄의 희생과 생명을 본받아야 한다. 연탄이 바로 ‘검은 보석’이다.
 
                                2013년 12월 03일 화요일 아침 한숭동 드림

기사입력: 2013/12/07 [08:43]  최종편집: ⓒ isb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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