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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공부하면 아이들 창의력이 늘어난다고?"
스마트 교육이 '스마트'하지 않은 열가지 이유
 
이수열 기사입력  2012/02/11 [19:49]

                                                                              이수열 청송초등학교 교사
 
  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을 보고한 자리에서 인성교육을 강조하며 스마트 교육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교과부는 스마트 교육의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교육 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의 입장에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창의력의 문제입니다.
 
 교과부 관계자는 스마트 교육이 창의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 주장합니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 니콜라스 카는 많은 연구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뇌가 다양한 자극으로 과부하에 걸리면 학습능력이 심각하게 저하된다고 지적합니다. 어디서 봤는지 알기만 하면 되는인터넷, 다양한 자극으로 집중력이 분산되는 멀티태스킹, 역동적인 미디어에 길들여진 학생이 창의성이 필요로 하는 각고의 노력을 감당하려 할까요?
 
 둘째,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연구의 문제입니다.
 
 교과부 관계자는 OECD의 디지털 능력에 관한 연구에서 한국 학생이 인터넷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애초에 변인통제가 이뤄질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같은 인터넷상이라 하여도 수많은 네티즌들의 참여로 활성화된 지식검색을 이용할 수 있는 나라와 한정된 정보의 사이트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의 학생은 엄청난 차이를 안고 과제를 수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셋째, 생활지도와 교권침해의 문제입니다. 
 
 초등학교 담임인 저는 아침에 제일 먼저 "폰 꺼서 내세요."라는 말을 합니다. 수업시간에 폰으로 카톡이나 게임, 전화를 하면 수업에 방해가 됨은 물론 집중도도 떨어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제 스마트 폰이 교과서가 되는 셈이니 그런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아울러 스마트 폰은 몰카 기능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성능 디카를 학생들 모두에게 허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일전에 저는 한 아이가 친구를 때려 훈계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잘못을 타이르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자고 지도했습니다. 그 때 이 장면을 디카로 촬영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안 순간 매를 들진 않았지만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습니다.문제행동을 지도하기 위해 사랑의 매가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스마트 교육이시행되면 인터넷에서 나쁜 교사로 낙인찍혀 조롱거리가 될 위험 부담은 일상적인 것이 됩니다. 이러한 위협 속에 어느 교사가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책임지려 할까요?


 넷째, 음란물 사각지대의 문제입니다.
 
 스마트 폰을 사용하면 우회경로를 통한 접속이 가능해 지금까지의 주소차단은 사실상 무력화됩니다. 최근 이슈가 된 A양 동영상도 컴퓨터를 사용한 인터넷이 아닌 스마트 폰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었습니다. 회원가입이나 성인인증도 없이 접속이 가능해 실시간 음란물 사이트가 청소년들 사이에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이렇다 할 대책도 없이 교과부는 2015년부터 모든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스마트 폰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사회성 저하의 문제입니다.
 
 올해 초 영국의 교육기준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텔레비젼과 컴퓨터를 많이 이용하는 청소년의 경우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고 언어 발달도 느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과 관련해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옛날에는 기말고사 끝나면 애들이 떠드느라 교실이 소란했는데 요즘은 한 반에 절반 이상이 휴대폰으로 혼자 놀기 때문에 조용하다. 어릴 때부터 휴대폰, 컴퓨터로 혼자 놀아온 아이들이 다른 친구의 아픔을 느낄 감수성을 갖기 힘들 것"이라며 왕따의 원인으로 공감 능력의 결여를 지적합니다.
 
 여섯째, 건강 문제입니다.
 
 스마트 기기 사용이 일상화 되면서 편리함을 주는 반면 과다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손목터널증후군, 디지털 치매 등 각종 디지털 질환이 젊은층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기기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도 WHO가 인정한 휴대폰의 발암 위험을 피하지 못했거니와 온종일 공부와 놀이를 위해 스마트 기기를 애용할 학생들의 건강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시력 저하도 걱정됩니다. 스마트 폰을 장시간 들여다보면 눈의 근육이 경직되고 피로해집니다. 실제 하루 4시간 이상 게임을 즐기는 학생 가운데 안구 건조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아이패드 같은 전자책을 읽으면 종이책보다 눈 피로가 최대 9배까지 심하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일곱째, 사교육비 증가의 문제입니다.
 
 스마트 기기는 적지 않은 비용과 세금을 수반합니다. 정부는 차상위 계층을 지원하고 모든 교사에게 스마트 폰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스마트 기기 구입은 개인 부담이 됩니다. 스마트 폰 이용자가 2000만을 돌파했을 때에도 관련 대기업 CEO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만 파티를 즐겼습니다.
 
 여덟째, 불평등의 문제입니다.
 
  스마트 교육 체제 하에서 학교에서 치르는 모든 시험은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게 됩니다. 언어영역 문제를 예로 들었을 때 긴 지문의 앞과 뒤를 보고 핵심을 빨리 찾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 때 스마트 폰 화면으로 시험을 치는 학생보다 아이패드 화면으로 시험을 보는 학생이 시야가 넓어 고득점을 얻기 용이하겠죠. 이 경우 돈이 없어 아이패드를 따로 구입하지 못한 학생의 불리함은 어떻게 보상해야 할까요?
 
 아홉째, 표절 문제입니다.
 
  '스마트산업 이슈 전략세미나'에서 교과부 관계자는 "스마트 교육은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개인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고 맞춤형 교육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현 교육제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습니다.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7차 교육과정 이래로 대량 획일 교육인 산업 모델 교육에서 벗어나 교육 소비자의 다양성과 개별성을 존중하는 수준별 교육과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도용한 채 이름만 바꿔 패러다임의 전환 운운하는 것은 낯 뜨거운 자화자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열째, 민주주의의 문제입니다.
 
 교육의 주체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이지만 국민들은 대통령 산하 위원회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을 일방적으로 전달받았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스마트 교육이 공표된 이후 졸속하게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스마트 교육의 법제화가 마무리됩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공청회 한 번 하지 않고 일방적인 홍보 속에 공교육의 개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습니다.이외에도 받아쓰기 등 교육내용과 방법의 적합성, 인터넷 중독, 텔레비전과 게임기, 인터넷 그 이상의 스마트 기기를 무제한으로 허용하고 책 읽는 습관은 어떻게 들일 것인가 하는 고민, 무료로 제공될 교재의 질에 대한 의문 등 검토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습니다.
 
 열 가지만이라도 책임 있는 답변을 기대합니다.



기사입력: 2012/02/11 [19:49]  최종편집: ⓒ isb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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